[문학] [좀 나아진 문장 13] 문화상대주의
본문
19세기 후반 서구에서는 일부 인종과 사회가 다른 인종과 사회보다 진화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는 인종주의적 ‘신념’을 과학적이라고 믿었다. 이 신념은 20세기 첫 10년 동안 무너졌는데 그것은 주로 서구 자유주의 전통의 영웅 프란츠 보애스 덕분이었다. 보애스는 1911년 10년 동안 자신이 지도해 온 연구를 정리하여 인류학의 일반 원칙을 발표했다. “하나의 부족 안에서 성장하여 그 부족의 전통에 대한 믿음을 발달시킨 개인의 정신적 자세는 문명 사회에서 사고하는 철학자의 정신적 자세와 정확히 같다.” 사람은 개인이 속한 문화 속에서 성장하면서 가치관을 획득한다.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과 상관없이 문화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문화의 영향 속에서 자라지 않고서는 해당 문화의 가치관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의 사상은 인류학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학자들에게도 도달했고, 그때부터 보애스의 사상은 20세기의 통설이 되었다.
문화적 상대주의는 제국주의에 흠집을 냈으며 다원적 문화를 지닌 사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만일 어떤 문화도 다른 문화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면 도덕은 어떨까? 식인 풍습, 영아 살해, 과부 순장, 성차별, 머리 사냥, 근친상간, 낙태, 계약 결혼 등은 문화적 상대주의라는 딱지 아래에서 모두 허용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디서,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일까? 분명 문화적 상대주의는 19세기 이전까지의 서양 중심의 문화적 절대주의와는 다른 실증적 연구의 산물이었다. 각 문명권의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 성과들이 한데 규합된 상태에서, 즉 19세기 이전까지의 편견적 절대주의가 더 이상 설득력을 잃은 상태에서 보다 성숙한 문화적 상대주의의 신념들은 분명 지구촌 전체의 다종다양한 문화에 대한 공정한 평가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주의가 이념적 무정부상태로 빠져들 때 언제나 고개를 쳐드는 절대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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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제삼세계에 살고 있는 필부로서 문화상대주의에 끌리지만...
진리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영원히 미로를 해메야 하는 가혹한 운명이 달가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