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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쫙-철학] 침묵 : 아기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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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오딜롱 르동(프랑스 화가 1840-1916). <침묵>(1900). 뉴욕 현대미술관.

 

 

   '아기는 작은 침묵의 언덕'이다. 말이 이 작은 침묵의 언덕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어렵다. 아직 아기는 말을 배우지 못했다. '말은 입 가장자리까지 침묵에 이끌려 오고, 침묵에 꼭 잡혀 있는 까닭에 한 음절마다 따로따로 떼어 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작은 침묵의 언덕인 아기의 입에서 발음되어 나오는 말들은 '소리로 변한 침묵'이다. 사람은 노인이 되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말들은 완만해진다. 노인들은 아기 때와 마찬가지로 입에서 나오던 맹렬한 말들을 죄다 폐기하고 오래된 침묵의 언덕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노인들은 죽기 전에 침묵에게서 받은 모든 말들을 다시 침묵에게로 되돌려 준다. 그 전에 노인들은 침묵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침묵의 한 조각으로 회귀한다.

 

-- 장석주.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문학의문학. 2009.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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