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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문장 4]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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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어쩌면 객관성이라고 하는 역사 서술의 유토피아에 대한 강한 의문이기도 하고 강한 동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문이나 동경은 역사가들의 서술이 이루는 담론이 시대적 의미를 획득하는 데 객관성이 그 정도에 있어서나 그 방법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데 대한 동의의 두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역사는 어차피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다. 그리고 역사가는 어디까지나 현재에 서 있고, 현재에 그가 취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해 역사를 서술한다. 따라서 현재라고 하는 토대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관여하는 역사가의 주관은 역사 서술에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역사가가 시대나 장소를 초월한 진공 상태에 존재할 수만 있다면 완벽한 객관성을 역사 서술의 제일의 미덕으로 삼을 만할 것이지만, 그런 상태는 불가능할 것이며, 더욱이 그런 상태에서 획득된 객관성이 역사 서술의 진정한 유토피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 담론의 수용자는 역사가의 완전 중립적인 객관적 서술보다는 역사가의 지적 정직성에 더욱 신뢰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성에 수렴하려는 역사가의 노력을 시대적 지역적 진공 상태에서 나온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역사가의 지적 정직성이라고 하는 것 역시 객관성에 수렴하는 데 게을리 하고서 바랄 바는 결코 아니다. 어떤 면에서 우직하게 객관성에 충실하려는 역사가가, 당대 담론들과 유기적으로 교직된 보편성을 지닌 주관성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때, 그 역사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지적 정직성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객관성이 역사 서술에서 택하는 존재 방식이 어쩌면 지적 정직성인 것이다.

   분명 역사는 자연 과학의 대상인 물질과는 달리 가치적 존재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은 그 사건 자체의 서술일지라도 서술되는 순간 결코 그 사건 자체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서술된 역사가 존재했던 날것의 역사 이상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이 물음은 서두에서 언급했듯 객관성에 대한 의문이요 동경이다. 의문이든 동경이든 그 동기는 역사가의 지적 정직성에 대한 촉구이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없지만 정당하게 객관성을 잃어버릴 때, 정당하게 주관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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