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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문학] [밑줄쫙-문학] 기록하는 자 : 엄마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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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또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전적으로 공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안방 장롱 속에 높이 쌓인 수십 권의 가계부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가계부에는 자기계발의 노하우나 자녀 양육법, 요리 비법 같은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무슨 음식을 했는지, 자식들을 위해 어떤 항목에 과감히 돈을 썼는지, 어느 부분을 아꼈는지, 자신을 위해 무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엄마의 가계부에는 인내가 들어 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인내. 기록하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자신을 가치 있게 일군 이의 세상 말이다.

 

--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알마. 201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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