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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문학] [좀 나아진 문장 7] 목적 없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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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 관점의 등장은 세계에 목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낳았다. 만일 세계에 목적이 없다면 세계는 무의미한 존재로 사라지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목적 없는 우주에 대한 가장 위해한 해설자는 1세기의 중국 철학자 왕충이었다. 그는 인간을 옷주름 속에 사는 이에 비유했다. 벼룩이 귓가에 웅웅거려도 우리는 듣지 못한다. 인간이 그럴진대 신이 사람의 말을 들을 수나 있겠는가? 신이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일부 유물론자들은 목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미신이며, 세계가 왜 존재하는지, 왜 지금의 모습인지 질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데서 자긍심을 느꼈다. ‘목적 없는 세계에서 신은 거추장스러운 개념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열자(列子)는 어린 소년의 입을 빌어 만물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말했다. 식탁에 좋은 음식을 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며 하늘의 은혜를 칭송하는 주인에게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이리는 사람의 고기를 먹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 모기와 이리를 위해 사람을 만들어 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1세기 끝 무렵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종교가 민중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관점을 앞질러 내 놓았다. 그는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어떤 영리한 사람이 신들의 공포를 발명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교리는 양심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신을 악의 창조자로 만드는 셈이다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목적은 어쩌면 세계의 속성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인간의 눈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세계의 속성이 목적이었다면 지고선(至高善)인 신이 결코 내버려 둬선 안 될 일들이 인류사엔 너무나도 많았다. 물론 목적 없는 세계라는 아이디어가 신앙의 부재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회의를 주는 세계는 신앙심을 약화시키는 무신론을 철저히 방조하고 있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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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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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목적 없는 세계’라는 아이디어가 ‘신앙의 부재’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회의를 주는 세계는 신앙심을 약화시키는 무신론을 철저히 방조하고 있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음... 아직 옛날 습관이 남아있는 어투이군요...

전지전능의 무한자는 인간이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즉 불가지의 존재이지요.
이 불가지의 존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당연히 불가지입니다.
과학은 이 불가지의 세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랫다가는 오컴에게 면도날로 난도질 당합니다. ㅋㅋㅋ

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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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본연의 임무대로 오류들을 이리저리 쳐내가다 보니 알맹이가 하나도 안 남은 형국이되었습니다.
그러니 과학 때문에 목적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왔고, 도구에 불과한 과학이 미움을 받는 묘한 지경이 되었습니다만...
그게 과학의 잘못은 아니지요.
만들어진 요리가 맛이 없는게 잘드는 칼의 잘못입니까?
재료가 형편없었던 까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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