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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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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나는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은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야겠다.

[이 게시물은 마루밑다락방님에 의해 2015-08-02 11:05:32 역사와 문학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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