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돼지 : 안도현

2014-10-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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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저 돼지 한 마리
멱살 잡힌 채 정육점 입구까지 끌려온 돼지 한 마리
구차한 기색이란 없다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꼭꼭 닫아두었던 가슴 열어제치고
먹는 데 골몰하던 거추장스런 큰 머리 떼어내고
다시는 기어다니지 않겠다고 발목도 떼어내고
올림픽 높이뛰기 선수처럼
뛰어오른다 경쾌하게
이 못된 세상 박차고 뛰어오른다
꿀꿀거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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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