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이트
본문
히타이트족은 흑해 너머 유목 민족의 한 갈래로 보인다.
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척박한 아나톨리아 고원을 넘어 서부 해안의 비옥한 땅에 BC 20세기경 정착하였다.
BC 20세기경이면 수메르의 마지막 부흥기 이다.
이때의 세계의 중심은 메소포타미아 남부 바빌론 지방이므로 히타이트족은 그냥 변두리에 자리잡은 별볼일 없는 민족이었다.
이들은 수메르가 망하고 고대 바빌로니아가 부흥하고 쇠락하는 한 300년동안 쥐죽은 듯이 변두리에 짱박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철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철기 사용자들로 알려져 있으며 철기 제련법을 극비에 부치고
주변의 무겁고 무딘 청동기를 가지고 낑낑대던 부족, 도시국가를 정복하며 제국을 건설하였다.
사실 철은 구리보다 흔한 금속이다
따라서 철기는 청동기보다 원료 구하기가 쉽다.
청동기는 구리에 주석이나 아연을 첨가해야 하는데... 주석이나 아연은 구리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철기가 먼저 사용되지 못하였을까?
철의 녹는점이 구리에 비해서 무지 높기 때문이다 (1500도 정도)
모닥불로 만들 수 있는 온도는 약 1000도가 한계인데 이 정도 온도에서는 구리나 겨우 녹일까 철은 꿈쩍도 안한다.
거기에 구리는 주석이나 아연을 섞으면 녹는점이 내려가서 700---800도 정도면 녹는다.
그래서 청동기가 먼저 사용된 것이다.
철은 자연 상태에서는 산화철로 존재한다.
철에 산소가 결합된 상태 즉 녹슨 상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게 철의 녹는점을 높이는 주범이다.
그러나 환원법을 써서 산소를 빼내면 녹는점이 대폭 내려가서 400-- 800도 정도면 그냥 고체로 돌덩이에서 분리된다.
산소를 빼낼 때는 탄소를 쓰는데, 철에 붙어있는 산소를 탄소로 대치하는 것이다.
히타이트 족은 아마도 철광석과 목탄을 같이 넣고 가열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철을 해면철이라 하는데, 이 해면철은 해면처럼 기공이 많은 괴철로서 불순물도 많아서 강도나 전성, 연성등 성질이 청동기보다 나을 것도 없고 탄소함량이 균일하지 못하여 쉽게 부러진다.
그래서 해면철을 얻은 다음엔 가공을 해야하는데, 가공은 별게 아니다.
망치로 주구장창 두들겨서 기공을 없애고 균일한 상태를 만들면 된다.
만드는 놈들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철을 연철이라 한다.
이 연철을 가지고 히타이트는 제국을 건설하였다.
BC 1590경 무르실리스 1세는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바빌론을 공격하여 아모리테 왕조를 멸망시켰고
수필룰리우마스는 시리아에서 히타이트의 세력을 확립했다.
무와탈리스는 그 유명한 이집트 람세스 2세와 시리아의 패권을 놓고 겨루었다
하투실리스 3세는 이집트와 평화협정, 상호방위조약, 왕조간 혼인을 맺었다.
이렇게 철기 덕분에 촌놈에서 일약 세계사의 주인공이 된 히타이트는
BC 1193경 그리스로 대표되는 해양 세력의 침공으로 갑자기 망하고 말았다.
이 해양세력은 더 질 좋은 철제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나톨리아는 소아시아라고도 부르는 반도로 현재 터어키의 아시아 영토이다.
아나톨리아는 역사상 무수히 많은 세력이 명멸한 땅이며, 아나톨리아를 확보한 자가 그 시대의 패권자였다.
아나톨리아는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농경지도 별로 없는 척박한 땅으로, 뭐 먹을게 있어서 뺏으려고 서로 치고 받았는지 의아하지만, 이곳은 각세력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교역의 중심이었고 철과 은이 많은 땅이었다.
고대의 부가 가장 많이 축적된 땅이었으므로 노리는 자도 많았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아나톨리아의 역사를 제일 먼저 열어 젖힌 것이 히타이트였고 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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