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 제 16 대 고국원왕

고국원왕

위대한 고구려의 이미지와 가장 안 맞는 군주로서,

아버지와 다르게 전쟁에는 소질이 없었는지 싸울 때마다 지고 영토를 빼앗겼다.

 

이 안습 군주의 이름은 사유,

331년 미천왕이 모용외와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사망하자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장남이 상속하였으니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좋았을 것이나 모용씨들의 소굴인 요동쪽이 여전히 문제였다.

그래서 재위 4년째에 평양성을 증축하였고 이듬해에 신성을 쌓는 등 변경의 방비를 다지는 한편

동진에 사신을 보내어 전연을 견제하였고 전연의 망명객들을 받아들였다.

339년 이러한 반 전연적인 행태에 열 받았는지 모용황이 신성으로 쳐들어 왔는데,

아버지 같았으면 일단 한 판 붙고 봤을 텐데 아들은 굴복하여 동맹을 맺었고

이듬해에 왕세자를 사신으로 보내 전연에 조회하였다.

그래도 마음까지 굴복한 것은 아니었는지 342년 비상시의 수도인 환도성을 수리하고 거처를 옮겼는데.

이것을 전쟁준비로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그 해 겨울 모용황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로 쳐들어왔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싸웠는데 그만 모용황의 기만전술에 속고 말았다.

소수의 군대로 남쪽 길을 지키고 있던 왕은 적의 주력을 만나 대패하였고, 환도성이 함락된 것은 물론 호위 병사 하나 없이 단신으로 피신해야 했다.

왕을 추격한 전연군은 모후 주씨와 왕비를 포로로 잡았으나, 북쪽 길에서 왕의 동생 무의 군대를 만나 크게 패하여 퇴각하였다.

무가 왕위를 이었으면 어땠을까?

전연군은 퇴각하는 길에 5만 명의 고구려 백성을 잡아갔을 뿐만 아니라 미천왕릉을 파헤쳐 미천왕의 시신까지 가져갔다고 하는데,

왕이 패하고 수도가 함락 되어 완패처럼 보이나 고구려의 주력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전연의 주력을 퇴각시켰으므로 무승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판정패 정도로 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국원왕은 이듬해 동생 무를 보내 전연에 신하의 예를 갖추고 미천왕의 시신을 돌려받았다.

음 효성이 지극하기는 한데...미천왕 아들 맞나?

그리고 그 해 평양의 동황성으로 거처를 옮겼고 동진에 사신을 보내었다.

이게 반 전연적 행동들로 비춰졌는지 345년, 전연이 다시 쳐들어 와서 남소가 함락되었으며,

전연의 망명자였던 송황을 송환하여야 했다.

355년 고국원왕은 전연에 간청하여 모후 주씨를 돌려받았고, 고구려왕에 책봉되었다.

미천왕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었다.

 

전연에게 신나게 당하기만 했던 고국원왕은 남쪽에서 만회하고자 했는지

369년 백제가 마한을 정복하러 간 틈을 타 보병과 기병 2만 명을 이끌고 치양성으로 진격하였다.

그러나 백제 근구수 태자의 용전분투와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치양성을 뺏기는 커녕 오히려 수곡성을 내주고 말았다.

그로부터 2년 후 복수를 위해 군사를 일으켜 재침공하였으나, 대동강 강가에서 기습공격을 받고 크게 패하고 말았다.

기세를 탄 근초고왕은 그 해 10월 정예 군사 3만을 이끌고 평양성으로 진격해 왔고, 방어전 중 왕이 화살에 맞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백제군은 어렵게 물리쳤으나 왕은 끝내 사망하였고, 고국원에 묻혀 고국원왕이 되었다.

원한이 많아 원왕이 아니다.

향년 67세

 

선조만도 못하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안습의 일생을 산 군주이나

그 상대들을 보면 동정이 가기도 한다.

고국원왕을 가지고 놀았던 모용황은 전연의 건국자이며 당대의 정복군주였다.

이 모용황에게 부여가 실질적으로 망해버린 것을 생각하면, 고구려니까 그만큼이라도 버틴 것일 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선사한 근초고왕 또한 정복군주로 손색이 없는 인물로서,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를 보유하고 가야, 왜, 요서를 잇는 해상 네트워크를 형성한 강자였다.

한 명도 버거운데, 별 능력도 없이 당대의 영웅을 둘씩이나 상대해야했던 고국원왕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