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고려 : 윤 관의 여진 정벌 (1)
본문
윤 관은 과거에 급제하여 지공거까지 지낸 문신이었다.
그는 개국공신 윤 신달의 후손으로 외가가 신라 왕가와 핏줄이 이어지는 귀족이었으나,
당대의 상위 0.1%인 문벌 수준의 가문 출신은 아니었는지, 가문의 후광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는 삶을 살았고,
후세에 장군으로 불리게 되었다.
윤 관이 활약한 시대는 동북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는데, 그 바람의 진앙지는 여진의 완안부였다.
거란과 고려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리 저리 채이며 안습의 삶을 살던 발해의 후예 여진족은,
현종이 거란의 3차 침입을 막아낸 후 동북아의 정세가 차차 안정을 찾아가자, 알아서 고려에 조공을 바치기 시작했고,
문종이 고려 최고의 황금기를 이룩하자 고려의 일부를 자처하며 군현제에 편입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숙종기에 이르러, 완안부에 뛰어난 지도자들이 잇달아 나타나며 국가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하자,
태도를 바꾸어 거란과 고려의 변경을 침입하기 시작하였다.
영원히 아래자리에 있고 싶은 족속은 없으므로 여진을 크게 탓할 바는 못되나,
이를 두고 볼 수만은 또한 없는지라, 거란과 고려의 조정은 여러차례 소탕 작전을 펼치게 되었는데,
한 번 불붙기 시작한 여진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서,
결국 동북아는 다시 힘과 힘이 맞붙는 격동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일종의 쿠데타로 집권했던 숙종은 자신의 존재 의미도 천명할 겸, 작심하고 두 번의 소탕 작전을 실행하였는데...
결과는 대패였다.
이래서야 체면도 체면이지만, 패전과 정통성 부족이 엮이면 군왕으로서의 기반이 뒤흔들릴 수도 있으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였는데,
2군 6위 체제인 당시 고려군의 능력은 그간의 전적으로 보아 믿음이 가질 않았고, 심복 윤 관은 기병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하므로,
숙종은 돈 많은 나라의 왕답게 거창한 군사조직 별무반을 탄생시켰다.
별무반은 여진 정벌을 위한 거국적 조직으로서,
당시 고려에 살고 있던 20세 이상의 모든 남자는 귀족, 평민, 중, 노비...할 것 없이 모두 별무반에 징집되었는데,
그 수가 30만에 달하였으며 그 중 말을 소유하고 있거나 다룰 줄 아는 자는 신기군으로 편제되었고 중들은 항마군이 되어야 했다.
돈 많이 드는 기병을 대폭 보강하고, 왕실의 최후 친위 예비세력인 승병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아,
숙종은 전재산을 들여 일생일대의 대사업을 꿈꾸었던 듯한데...
어디 세상사가 뜻대로만 되던가?
그는 안타깝게도 실행 직전에 객사하고 말았고, 바톤은 아들인 예종에게로 이어지게 되었다.
예종은 이들 중 일부를 추려 2군 6위의 정규군과 함께 1년간 군사훈련을 시킨 후 여진정벌을 명하였는데,
이때 동원한 인원은 17만 여명으로, 그동안 고려가 동원했던 3대왕 정종의 30만, 강조의 30만, 강감찬의 20만 등과 비교할 때 그다지 많은 인원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훈련된 공격군이었고, 비록 수는 적으나 해군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력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 17만 대군을 이끌 원수는 대를 이어 확실한 충성심을 인정 받은 윤 관, 부원수는 오 연총이었으며, 당대의 용사 척준경이 종군하였고.
예종은 전선에서 가까운 서경에 머물며 공격군을 독려하였다.
서경은 옛 고구려의 수도이자 고토회복의 의지가 담긴 고려의 제 2 수도였으므로,
숙종의 동명왕묘 참배처럼 그 상징하는 의미 또한 심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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