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신라 : 제 3 대 유리 이사금
본문
유리 이사금
석탈해와 떡을 물어 그 이빨 자국을 세어 보는 내기에 이겨 왕이 된 양반이다.
이사금은 잇금이라고도 하는데,이빨 자국이라는 말로서
이가 많은 사람이 덕망이 높고 지혜가 많다는 설과 함께 연장자라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묘한 단어가 왕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인 임금이 되었는데, .
고대에는 먹는 것이 거칠고 위생도 안 좋았을 테니, 이가 많이 닳기도 하고 쉽게 빠지기도 하였을 것이다.
반면에 잘 나가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을 것이고 위생도 나름 신경 썼을 것이니 건치를 많이 유지했을 것이다.
또한 잘 씹고 잘 먹어서 건강했을 것이니 오래 살 확률도 높았을 것이므로,
남은 이빨 숫자로 그 사람의 건강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건치로 왕이 된 유리 이사금은 남해왕의 장남이자 태자라는데,
박혁거세의 손자로서 일본으로 건너 간 천일창 왕자의 동생이라고도 한다.
참 족보가 이상한데....
남해왕이 죽을 때 너희 박가나 석가 중에 나이 많은 놈이 왕위를 이어라... 라고 했다는 기록과
박혁거세의 비명 횡사를 시사하는 죽음 등을 연결해 보면 남해왕은 박씨가 아니라,
그냥 위기 관리 내각의 수반 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뭐가 되었던 유리 이사금은 석탈해의 양보를 받아 서기 24년 왕위에 올랐다.
즉위 이듬해에 시조 묘에 제사를 지냈고
즉위 5년에는 가난한 자들을 많이 구휼하였는데,
그 결과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니, 왕이 도솔가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고,
이웃 나라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 한다.
즉위 9년에 6부의 이름을 고치고 그 촌장들에게 이, 설, 최, 배, 정, 손 등의 성씨를 내렸으며 관제를 정비했다.
왕은 이들 6부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이 각각의 부녀자들을 통솔케 한 후, 7월 보름부터 길쌈 경연 대회를 개최하였다.
8월 보름날 성적을 비교하였는데,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을 치하하며 축제를 열었고,이것을 가배(嘉俳:가위)라고 하였다 한다.
이때 진 편이 일어나서 춤을 추며 '회소(會蘇) 회소'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소리가 아주 예술적이라 후세 사람들도 이를 따라 노래를 만들었고, '회소곡'이라 불렀다 한다.
즉위 14년에는 고구려 대무신왕의 낙랑 침입으로, 낙랑 사람 5천 명이 와서 투항하였다.
즉위 17년에 맥국과 우호 관계를 맺었다
즉위 34년째인 57년, 아들이 아닌 매제 석탈해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사릉원에 묻혔다.
이 양반의 치세는 이전 남해왕의 악전고투와 달리 내정을 정비하고 문화 사업을 하는 등 상당히 평온한 편이었다..
숙적 낙랑은 고구려가 손 봐주었고 변경의 도적 떼들은 맥국이 잡아주고...
이렇게 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만나 성군 노릇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유리왕의 행운이기도 했겠지만,
나라가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므로, 선왕 때부터 실권자였던 석탈해의 정치가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석탈해는 남해왕 때부터 실권자이기는 했으나 외래 세력이었기에 토착 세력의 견제를 받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남해왕이 사망하였을 때 바로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고, 이빨 수를 세어보는 황당한 제안을 하여 유리왕에게 왕위를 양보한 것이 아닌가 한다.
유리왕이 사망하기 전 해에 용이 금성의 우물에 나타나고 서북방에서 폭풍우가 몰아쳤다는 기사를 내란이나 외부의 침략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석탈해가 이 환란을 극복하고 왕위 계승의 명분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되었건 다음 대에 드디어 석씨가 왕성으로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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