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도덕
본문
도덕이란 뭘까?
알고는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정의되지는 않는, 뭔가 좀 고리타분한 냄새도 나는 그런 말이다.
바른 생활, 윤리, 인륜, 양심... 이런 말하고는 비슷하거나 동의어 같고 파렴치하고는 반대말 같고....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라고 되어 있다.
양심이라...
양심은 또 뭘까?
한자로는 어질 良 마음 心 ... 어진 마음... 쩝...
네이버에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음
도덕 --- 양심 ---도덕 뱅뱅 도네...순환 논증의 오류라 한다.
정신 사납게 만드는 양심을 빼버리면
사회 구성원들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도덕이 필요하다는 말이 되고.
인간은 사회를 구성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이므로 인간에게 도덕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사회는 왜 도덕이 필요했을까?
집단 생활은 인간처럼 신체능력이 부실한 포식자에게 엄청난 편익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단의 기능은 개개인이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헌신적인 개인이 많을수록 집단의 효율은 높아졌을 것이고 효율적인 집단은 당연히 잘 나갔을 것이다.
그 구성원들 역시 그 혜택으로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이고, 번식도 원활하여 진화의 승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고로 `집단에 헌신하라`가 최고의 도덕률이 되었을 것이다....
애국, 애족, 애사, 애지역.... 아무튼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사랑 즉 충성이 최고의 덕목이다.
요게 개인으로 상징화된 것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다.
이래서 이순신 장군 같은 양반이 선조 같은 인간에게 충성하는 모순이 생기기도 한다.
집단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헌신이나 희생은 고사하고, 지 역할은 안하면서 지 몫 이상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 바로 기생충 같은 자들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이 기생충들을 방치하면 이놈들 먹여 살리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단은 와해된다.
그래서 기생충 박멸을 위한 도덕률이 발생했을 것이다.
파렴치한 짓을 한 자에 대한 비난, 파렴치한 자를 처벌을 한 자에 대한 칭찬, 파렴치한 짓에 대한 경계. 다짐,...등등...
: 이재명 의사 같은 분들이 나오고 칭송을 받는다.
개인으로서는 집단에 편입되어 동맹의 일원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그에 대한 도덕률이 발생한다.
현 지위서열의 존중, 권위에 대한 존경, 희생의 감수 등이 중요한 덕목이 되고
신뢰할 만한 동맹임을 주위에 알리기 위해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혐오 내지 분노 또한 필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동맹에 끼워주면 나쁜 짓 안하고, 말 잘듣고, 죽을 힘을 다해 일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다.
옛날에 있었을 법한 사냥대의 이야기를 해보면 ...
갓 성인식을 마친 솜털이 보송보송한 꼬마가 첫 사냥에 출전하였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그야말로 초짜라, 어쩔 줄 몰라 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꾸뻑 꾸뻑하고, 누가 부르기라도 하면 바로 대답한다.
예! 선배님을 입에 달고 산다...현 질서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다.
사냥터까지 가는 동안 짐도 들고, 물 당번도 해야 하므로, 쉴 틈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짜증 한 번 없이 열심히 한다.
애가 인사성도 바르고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내고 구석에 짱 박혀 한숨자려고 하는데...
상당히 좋은 장소인데 사람들이 별로 없다 싶어 누웠더니... 아놔.. 대장님이 옆에서 주무신다..용상을 범할 뻔했다....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지배적인 자와 같이 있을 때나 사회적인 관습을 어겼을 때 나타나는 감정으로
권위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난다. 양보와 복종을 위한 일종의 복종 전략이다.
대장님 깨실라.. 살금살금 물러나오다 그만 물통을 발로 차서 옆에서 자고 있던 군기반장을 깨우고야 말았다.
군기반장이 개지랄을 한다..온 동네사람이 다 일어난다... 아 쪽팔려...수치심이다.
이 수치심은 당혹감 보다 강한 감정으로 지배서열과 관계가 있다.
지배적인 다른 사람들의 공격이나 처벌을 최소화함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을 낮춘다.
그 난리를 치고 겨우 겨우 빈 구석을 찾아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벌써 아침이다.. 주위가 소란스러워 깨보니 다들 일어나서 이것저것 분주하다.
바로 위 고참이 게으르다고 눈을 부라린다.
당황해서 일어나니 너도 나도 물을 찾는데... 어제 밤에 발로 차서 땅만 흥건하다....쩝...
대장님도 목말라하시고...
너무 너무 미안하다.....죄책감이 생긴 것이다.
모두에게 사과하고 특히 대장님께 백배 사죄한다.
즉시 물 뜨러 개울로 간다...아 졸라 멀다... 나도 목마르다... 그래도 뛴다..가시덤불이 가로막아도, 자갈이 발을 아프게 해도 뛰고 또 뛴다. 아...숨 막혀 죽겠다.
죄책감은 공동체에 손해를 끼쳤을 때 생기며, 내가 잘못해서 누가 손해를 입었는지 안다는 신호를 보낸다.
고백과 사과를 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을 하게 하여 공동체의 해체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드디어 사냥이다.
멀찌감치에서 사냥감들이 풀 뜯는다고 정신이 없다.
쫄따구들은 포위해서 소리나 지르고, 고참들이 창으로 찌르고 돌도끼로 찍는 게 기본 플랫인데...
이놈의 사슴이 창으로 열 번도 넘게 찍히고 대장님 돌도끼에 수도 없이 맞았으면서도 안 죽고
만만한 싹을 봤는지 초짜를 향해 돌진한다.
초짜가 얼굴이 퍼렇게 되어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옆에 있던 전 사냥대장 라인이었던 고참이 몽둥이로 냅다 사슴의 대가리를 때려서 한 방에 죽여 버린다... 휴... 살았다...
비록 한직으로 밀려난 끈 떨어진 신세의 고참이지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고 고마워서 미칠 것 같다.
고맙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한다. 감사의 심리가 나타난 것이다.
물 한 잔 드리려고 가져가는데 대장 라인의 어린놈이 중간에서 채간다....아니.. 근데.. 이 XX가... 장유유서가 있지...
고참도 열 받지만 참는 눈치이다.
이놈은 초짜도 아닌 게 하는 짓은 꼭 초짜 같다. 한심하고 싸가지 없는 놈...
경멸이다. 경멸은 지위 서열을 무시하는 놈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고참이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사냥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은데....
동정심이 생기는 것이다. 동정심은 이타성이 표현되는 것이며 배려로 나타난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커다란 사슴 한 마리와 자잘한 짐승 몇 마리를 잡고 마을로 돌아오는데
이웃 마을의 사냥대를 만났다. 괜히 기분 나쁘다.
초짜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고참들도 다 인상 쓰고 쳐다본다.
저 놈들도 마찬가지인 듯 눈싸움을 하며 서서히 멀어진다.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다. 외집단에 대한 편견은 특히 남자들에게 심하며, 서로 상대의 물리적 공격과 성적 약탈에 방어해야 하는 심리에서 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사냥물들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오니 마을은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오랫만에 회식하고 춤도 추고 즐겁게 노는데, 사냥에는 참가하지도 않았던 놈팽이 하나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기를 도둑질하다 들켰다.
엄청난 분노가 몰려오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 놈에게 힘껏 돌팔매질을 한다.
마을 사람들의 돌팔매를 맞은 그놈이 쭉 뻗어버리자 짜릿한 쾌감이 뒤덜미를 훓고 올라간다.
다시 광란의 춤으로 빠져든다.
사기꾼은 동맹의 최대의 위협이므로, 사기꾼에 대한 분노를 가진 사람은 사기꾼을 처벌하고
처벌을 통해 사기꾼을 동맹에서 추방하거나 이후의 사기를 억제하게 하고,
다른 사기꾼이 출현하는 것을 방지하여 동맹의 효율을 높이는 기능이 있다.
복수를 하고 난 이후의 생리적 변화나 두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 되는 현상 등 여러 가지 증거가 분노와 복수심의 진화를 말해준다.
이는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나는 바, 정의의 뿌리는 복수심인 셈이다.
호혜적 상호주의의 붕괴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도덕 감정으로 근친상간의 회피가 있는데 이는 근친교배로 인한 피해를 피하기 위함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산 사람과의 짝짓기를 거부하는 심리로 나타난다.
근친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자라게 되면 (5--10세까지) 짝짓기를 거부한다.
친절, 정절, 남을 위한 희생, 관대함 등 배우자의 바람직한 속성이 감정화한 도덕심도 있다.
결론)
도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기본적인 사항은 전 세계 모든 문화에 걸쳐 동일하다.
인간에게 진화한 본능이라는 이야기이다.
도덕적 감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훌륭한 동맹이고 장래에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사기꾼 처벌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보상 등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과 번영을 추구하는 훌륭한 기능이 있다.
하지만 현대의 환경은 옛날과 많이 다르므로 도덕이 긍정적으로 기능하지만은 않는다.
외집단 편견 같은 감정은 외부와의 교류가 주로 적대적이었던 과거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았을 것이나
요즈음같이 교류가 필수적인 환경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수주의, 종교전쟁, 순혈주의, 근본주의...말도 못하게 지랄맞은 부정적인 면이다.
충성심도 독재자나 사이비 종교집단 지도자. 선조...등등의 출현이 가능하게 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옳고 그름의 뿌리는 도덕이다.
그러나 도덕은 그리 견고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그저 심리일 뿐이다.
우리가 선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이 실은 선이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선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학습을 통해 배우거나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니 말이다.
따라서 강요된 선은 선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악에 가까울 수 있다.
어찌해야 할까?
완벽하지도 않고, 배워서 고칠 수도 없고..
별 수 없다.
주입된 선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지도 말고, 나만 옳다고 우기지도 말고 자연스럽게 살자.
그게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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