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화사 : 서정주
 
                    
                                2014-06-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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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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