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추석 : 서정주

2014-06-21 12:22
16,369
0
0
본문
대추 물 들이는 햇볕에
눈 맞추어
두었던 눈썹.
고향 떠나올 때
가슴에 끄리고 왔던 눈썹.
열두 자루 匕首 밑에
숨기어져
살던 눈썹.
匕首들 다 녹슬어
시궁창에
버리던 날,
삼시 세끼 굶는 날에
역력하던
너의 눈썹.
안심찮아
먼 산 바위
박아 넣어두었더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추석이라
밝은 달아
너 어느 골방에서
한잠도 안 자고 앉었다가
그 눈썹 꺼내들고
기왓장 넘어 오는고.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