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온의 서고

성배 전설

컨텐츠 정보

본문

성배: 풍요를 상징하는 신의 그릇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가 도전한 최대의 시련, 그것이 성배 모험이다.

이 이야기는 기독교 기원 켈트 민간 전승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일컬어진다.

지금까지도 많은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이 전설에는 여러 가지 매력과 성배를 찾으러 떠난 수많은 기사들의 모험이 그려져 있다.

성배야말로 기사의 명예로운 여정이며 또한 궁극적인 목표였다.

지금도 인기가 많은 성배 전설성검 엑스칼리버, 원탁과 함께 성배는 아더 왕 전설에 등장하는 가장 잘 알려진 아이템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가는 기사 랜슬롯과 왕비 기네비어의 불륜과 함께 전설을 대표하는 존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성배 이야기는 지금껏 긴 세월에 걸쳐 이어져 내려왔고, 지금도 퇴색되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페레스보

주인공은 퍼시벌 경이다. 그는 용감한 기사의 아들이었는데, 아버지는 그가 아직 어렸을 때 죽고 홀어머니 손에 키워졌다.

어머니는 퍼시벌을 아버지처럼 죽게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깊은 숲속에서 세상과는 단절된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퍼시벌은 숲속에서 반짝이는 갑옷을 걸치고 늠름하게 말에 올라탄 남자들과 마주친다.

그들이 기사임을 알게 된 퍼시벌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자기도 기사가 되고 싶다고 간청한다.

퍼시벌의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했지만, 마침내 그의 열의에 꺾여 채비를 도와주며 아더 왕의 궁전을 찾아가라고 당부했다.

퍼시벌은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섰지만, 그의 어머니는 너무나 마음의 고통이 커서 쓰러져 그대로 죽고 말았다.

퍼시벌은 숲을 빠져나와 아더 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왕에 의해 기사에 추대되었다.

무지하고 막무가내인 젊은 기사가 된 그는, 마상창(馬上槍) 시합에서 활약하고 몇몇 모험 여행을 떠나면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그는 검의 사용법과 승마기술 외에, 궁전에서의 작법이나 기사로서의 미덕 등도 조금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모험을 계속하고 있던 어느 날, 퍼시벌 경은 숲속에서 노인 한 사람과 마주친다.

노인은 그를 자기 저택에 초대했는데, 퍼시벌 경은 기뻐하며 그의 환대를 받아들였다.

그곳에서 퍼시벌 경은 젊은이 하나가 저택 복도에서 흰 손잡이의 긴 창을 들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창 끝에는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게다가 그 젊은이의 뒤에는 커다란 은잔을 손에 들고 아름다운 의상을 걸친 소녀가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들은 엄숙하게 홀을 통과하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퍼시벌 경은 지금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신경이 쓰여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만,

얼핏 스치는 기억으로 '함부로 남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예법이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다음날 아침 살짝 주인에게 물어보려고 호기심을 누르면서 잠자코 있었다.

다음날 아침 노인의 호의에 기대어 저택에서 하루를 지낸 퍼시벌 경은, 눈을 뜨자 저택에 인기척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대체 저택의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피가 떨어지는 창과 은잔은 무엇이었나? 그에게는 수수께끼투성이였다.

너무나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서 퍼시벌 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저택을 뒤로 했다.

그후 여행을 계속하다가 그는 길가에서 통곡하는 한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말을 거는 퍼시벌 경에게 "어찌하여 당신은 어젯밤 저택의 주인에게 당신이 본 것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나요?"하고 말하면서 책망했다.

사실 저택의 주인은 불치의 병에 걸렸는데,

만약 퍼시벌 경이 질문을 해주었더라면 신의 기적으로 이 세상에 성배가 나타나서 주인의 병이 나았을 거라고 했다.

어젯밤 그 앞을 지나쳐간 창과 은잔은, 상처를 입은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성창과 그때 흘러내렸던 피와 물을 받아낸 성배였던 것이다.

사실 저택의 주인은 어부왕이라 불리는 인물로, 젊은 시절 세속적인 사랑을 갈구한 죄 때문에 신의 힘으로 불치의 병에 걸려 있었다.

그 병이란 누군가가 "당신은 어찌하여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당신을 구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기 전까지는 낫지 않는다는 고행이었다.

퍼시벌 경은 임시변통으로 몸에 익지도 않은 기사도 정신 때문에 그 질문을 하지 못하고, 만회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질러버린 것이었다.

퍼시벌 경은 이 실패로 힘을 잃고 슬픔에 젖어 아더 왕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왕과 원탁의 기사, 그리고 궁전 사람들은 지금까지 퍼시벌 경의 활약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돌아온 그를 칭찬했지만,

여행 도중 만난 소녀가 그곳에 나타나 다시 그의 실패를 모두의 앞에서 비난하며 밝혀 퍼시벌 경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창피함을 설욕하기 위해 창과 성배를 찾아내기까지는 궁전으로 돌아오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또다시 모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깨달음을 향한 첫발그후 퍼시벌 경은 5년 동안이나 방랑 여행을 계속하면서 수많은 승리와 영예를 얻었지만, 성배에 다가설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아 초조해했다.

그는 여행중 단 한번도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신에게 기도를 바치지도 않았다. 아직 신앙이라는 것에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퍼시벌 경은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날에 무장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대체 무슨 짓이냐고,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비난받는다.

퍼시벌 경은 겨우 자기가 뭔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을 깨닫고는, 사물의 도리를 잘 안다고 알려진 숲의 은자를 찾아갔다.

은자는 그의 실패가, 스스로 젊은 탓에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모험 여행을 떠난 탓에 마음의 고통을 안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원인이며 이것에 대한 신의 처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배를 찾아내고 싶다면 신을 경외하고 교회에 나가 사람들을 도우며 선행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시인의 결말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은 크레티엥의 죽음으로 미완성인 채로 중단되어, 그후 신의 가르침에 눈뜬 퍼시벌 경이 어떻게 해서 성배를 찾아내는지 알 길이 없다.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이야기의 결말은, 후에 수많은 시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중 독일 시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가 쓴 『파르치발』은 걸작으로 여겨지는데, 이 이야기는 19세기에 작곡가 바그너가 악극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은자에게 기사로서 지향해야 할 방향, 즉 단순한 무사 수업이 아닌 진짜 용사의 길을 배운 퍼시벌 경은, 이번에는 선행을 쌓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그리고 두 번의 싸움을 경험하고 진정한 강인함을 몸에 익힌 그는 재차 성배의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는 저택을 찾아내어 이번에야말로 '성배는 누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가, 어부왕은 어떻게 하면 완치되는가'하는 질문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있었다. 그가 이 말을 내뱉자, 세상에 성배가 나타나고 신의 힘으로 어부왕은 치유되었다.

이리하여 퍼시벌 경은 목적을 달성하고 이 행위로 말미암아 '성배 기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는 아더 왕의 궁전에 돌아가지 않고 성배의 성(城)이라 명명된 어부왕의 저택에서 일생을 성배에 바치게 된다.

그는 세속적인 기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신성한 신의 충복이 되었다.

그것은 그가 세상의 상식을 알지 못하는 순진무구하고 어리석은 기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퍼시벌 경은 성배 기사로서 성배 기사단을 설립하고 영원히 성배를 수호하게끔 되었다.

그의 자손으로 후에 백조의 기사로 불리는 로엔그린 경이 태어나서 뒤를 잇게 되었다.

갤러해드 경의 모험: 또 하나의 이야기,

갤러해드 경은 아더 왕의 원탁의 기사 중 가장 훌륭한 용사였던 랜슬롯 경의 아들이다.

랜슬롯 경은 아더 왕의 아내 기네비어 왕비에게 격렬한 연심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성배를 영국으로 가져온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자손인 엘레인이라는 아가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얻는다.

그가 바로 갤러해드 경이다.

갤러해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노인이 그를 아더 왕의 궁전으로 데려왔다.

아더도 같이 있었던 기사들도 이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더의 궁전에 놓여진 원탁에는 전부 13, 혹은 1백50개의 좌석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위험한 자리'라 불렸으며 어느 누구도 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갤러해드가 원탁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자, 위험한 자리에 황금 문자로 "여기는 갤러해드 경의 자리이다"라고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모인 방에 엄숙한 행렬이 들어오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들은 촛불을 들고 조용히 행진하는데 그중 한 사람은 손에 피가 묻은 창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커다란 은잔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행렬이 기사들 옆을 지나가자, 그들 앞에는 가장 먹고 싶어하던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동안, 성배나 성창은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가웨인 경이 일어나서 "지금 이것은 바로 신의 계시이다.

우리들 앞을 지나간 것은 그리스도의 성배임에 틀림없고, 나는 그 기적을 다시 볼 때까지,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다른 기사들도 이에 찬성했는데 그들은 차례로 궁전을 빠져나가 성배를 찾는 여행길에 올랐다.

아더 왕은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는 동시에, 기사들 대부분이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 예감하고 몹시 슬퍼했다.

이리하여 원탁의 기사들이 총력을 기울인 성배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이 여행은 10년이나 긴 세월로 이어졌으며, 아더 왕의 염려대로 많은 기사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가웨인 경이나 랜슬롯 경은 성배를 눈앞에 두고도 행동에 결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랜슬롯 경은 비길 자가 없는 기사이면서도 주군이며 친구이기도 한 아더 왕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고 그 사실을 감추었다는 불성실함이 문제가 되었다.

그리하여 성배가 놓여 있는 카보넥이라는 이름의 성으로 도착한 자는 결국 갤러해드 경, 퍼시벌 경, 보즈 경, 세 명뿐이었다.

그리고 세 명 중 가장 부정이 적은 기사였던 갤러해드 경이 성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성배의 기적을 목격하고 불치의 병에 걸린 어부왕을 치료했으며 그의 혼은 육신을 떠나서 성배와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갤러해드 경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성인이 된 것이었다.

이 일을 함께 겪었던 퍼시벌 경은 어부왕의 흔적을 따라가 카보넥 성을 성배의 성으로 삼아 지킬 것을 결의하고, 보즈 경은 사건의 전말을 아더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왕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긴긴 성배 모험은 끝이 났다. 그러나 원탁의 기사 중 반수를 잃는 등 희생 또한 엄청났다.

그리고 결국에는 랜슬롯 경과 기네비어 왕비의 불륜이 발각되고 기사단은 아더와 랜슬롯 두 편으로 분열되었으며,

이 틈을 타 아더 왕의 아들 모드레드가 반란을 일으켰다.

이 마지막 전쟁에서 아더 왕국은 멸망해버린다.

하지만 퍼시벌 경이 지켜왔던 성배 기사단은 그후에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후세에 전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전설의 뿌리는 두 가지가 있다. 성서와 이것과 연계된 기독교 전승, 그리고 아일랜드나 웨일즈의 켈트인이 전해준 민간 전승이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신약성서의 복음서에 아리마태아의 요셉이라는 유복한 유대인이 등장한다.

그는 남몰래 예수를 믿고 있었지만 사도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책형에 처해지고 롱기누스의 창이 그의 옆구리를 찔렀을 때,

요셉은 최후의 만찬에서 썼던 은잔, 즉 성배로 흘러내리는 피와 물을 받아냈고 몇 년 후 영국으로 건너와 글래스턴베리에 수도원을 세웠다.

그는 영국으로 건너오기까지 몇 번이나 로마인에게 붙잡히거나 기아에 허덕였지만, 그때마다 갖고 있던 성배의 힘으로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

성배는 얼마든지 음식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성배와 성창은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그때부터 아더 왕 전설에 등장하기까지 그 물건들이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 기록한 책은 없다.

예전에는 글래스턴베리 수도원에 안치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도원 측에서 아리마태아의 요셉과의 관계를 부정했다.

하지만 성배가 영국에 있었다는 이 전승에 따라 아더 왕 전설에 성배가 나타나는 토대를 만든, 적어도 이 물건이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첨가한 것은 확실하다.

또한 요셉의 성배는 원래 타락천사 루키페르(루시퍼)의 관을 장식하는 수은 주발이었다는 일설도 있다.

켈트의 큰 솥성배의 또 하나의 기원으로 간주되는 것이 켈트 전승에 등장하는 큰 솥이다. 이 솥은 안에서 음식물이 한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법이 걸려 있고 서쪽 신들의 나라에 있다고 믿어졌다.

웨일즈의 민담 『마비노기온』에는 아더 왕과 기사들이 이 큰 솥을 빼앗으러 가는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또한 똑같은 이야기의 전승으로는 마법의 컵과 마법의 접시, 마법의 잔과 마법의 큰 솥 네 개 물품을 어느 영웅의 결혼식을 위해 아더 왕이 운반해온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켈트 신화에서는 또 다른 큰 솥도 등장한다.

선한 신 다자는, 결코 비는 법이 없고 여기에 익힌 요리는 모두 최상의 맛을 낸다는 큰 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솥으로 만들어낸 맥주를 마시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고, 게다가 여기에 죽은 자를 집어넣으면 원래대로 되살아나게 할 수도 있었다.

켈트 전승은 성서를 토대로 한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의 이야기보다 아더 왕 전설에 등장하는 성배에 보다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켈트의 큰 솥이 기독교 전승과 다른 형태로 발생했는지, 아니면 똑같은 신화가 다른 형태로 전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두 개의 신화에는 신이 기적적인 매력을 갖는 잔을 갖고 있다가 그것을 아더 왕 자신이, 혹은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영국으로 가져왔다는 점이 공통된다.

성배란 어떤 잔인가?성배가 어떤 형태이며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가는 전승에 따라 크게 다르다.

'성배', 다시 말해 '잔'으로 의미를 한정시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원어로는 '그레일(grail)' 혹은 '그랄(graal)'이라 불리는데 단어 자체의 원래 의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성배는 일반적으로 와인글래스와 같은 형태를 한 은제 컵이 연상될 때가 많지만,

수많은 아더 왕 전설에서는 '은으로 된 큰 접시'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켈트 신화 역시 마찬가지로 앞의 큰 솥처럼, 요리를 하는 그릇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기독교 전승에서도 모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의미하는 와인을 따른 잔인지, 그리스도의 몸을 의미하는 빵을 담은 큰 접시인지가 문제이다.

게다가 『파르치발』의 저자 볼프람 폰 에셴바흐는 성배를 '성스러운 돌'이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렸다. 예전에 천국에서 악마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천사들이 이 돌을 싸움에서 멀리 떨어진 지상으로 가져온 것이다.

어쩌면 운석에 신비스러운 힘을 느꼈던 옛사람들이 남긴 이미지의 유산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성배가 돌이라는 일설은 당연하게 비약을 낳았다.

시간이 흐르자 민간 전승, 다시 말해 소위 옛날이야기에서 성배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신에게서 받은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 계약의 상자에 넣어진 석판의 일부라는 이야기까지 존재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설을 통일시키는 견해도 있다.

크레티엥 드 트루아의 『페레스보』에서 성배는 자유자재로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꿀 수 있고 어디서나 스스로 모습을 나타내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형태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 성배이지만, 재질에 대해서는 돌이나 도기라는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은제품으로 통일되었다.

무엇보다 성배가 어떠한 물건인가 하는 것은 전설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신의 기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혹은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는 진짜 영웅이며 게다가 순결한 인물뿐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성배를 찾아다니는 의의

자신의 기사 반수를 잃고 원탁의 분열과 국가의 피폐를 초래한 성배는, 아더 왕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을까?

이것은 영국이 이교도 나라에서 기독교 국가로 변해간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일설이 있다. 이전 켈트의 마법사 멀린의 인도와 성검 엑스칼리버로 승리를 손에 넣은 아더 왕의 기사들은 성배를 찾아다니면서, 신의 가르침에 따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막 기사로 임명된, 어리석은 아이였던 퍼시벌 경이 점차 선행에 눈을 뜨면서 신과 그리고 성배에 다가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이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를 향한 이러한 탈피를 완전히 긍정하지 않는 시인도 있다.

예를 들어 갤러해드 경은 너무나 완전무결해서 확실히 성배를 찾아내기에 적합한 인물이긴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인간미가 결여된 재미없는 남자이고, 성인이 된다는 것이 인간성을 잃어버린다는 말과 똑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점에서 퍼시벌 경처럼 순진무구한 소년이 성장해가는 전설과 결점 없는 갤러해드 경이 성배를 찾아다니는 전설은, 목적은 같아도 내용은 정반대에 위치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성배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는 지금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성배는 우리들의 마음에 다하지 않는 영양을 전해주고 있다.

[이 게시물은 마루밑다락방님에 의해 2013-12-28 17:08:56 자료실에서 이동 됨]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새댓글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마루밑다락방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