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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3) : <사랑이 머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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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고통과 좌절만을 안겨줬던 버질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굳건하다. 그리고 그의 곁에 에이미가 있다. 드디어 그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 팀은 버질의 백내장을 제거해 망막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하고, 버질은 세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시각적 어휘를 습득하기 전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버질은 깊이, 공간, 형태, 크기, 거리를 인지하지 못한다. 볼 수는 있지만 뇌가 정보처리를 하지 못하니, ‘정신적 시각장애인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시각적 인지불능상태인 것이다. 버질은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시각장애인이던 시절보다 불편하기만 하다. 심지어 지금 보고 있는 사랑하는 에이미보다 시각장애인이던 때 만났던 에이미가 더 진짜 에이미 같다.

시각적 어휘를 습득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수술 후 몇 주 동안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에이미와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가려는 버질은 다툼이 잦다. 그에 따라 에이미와의 사이는 소원해져만 가고, 버질은 불안하다. 자신이 에이미를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자신을 몰아붙였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에이미도 그렇게 잃어버릴까 두렵다.

영화에서 얼마 뒤면 버질은 다시 시력을 잃게 된다. 최첨단 의학 기술이 버질의 망막을 온전하게 만드는 기적은 없었다. 아직은 영화 속 주인공들도 관객들도 이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버질과 에이미가 공원 벤치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는 더 큰 기적을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v=m3U43qDk-ps&feature=player_detail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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