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 시조 동명성왕

위대한 고구려의 시조 추모(주몽)는 사생아였다.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압록강 가에서 동생들과 함께 놀고 있던 유화를 꾀어내어,

함께 하룻밤을 지내고는, 다음날 혼자서 승천해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열 받은 유화의 아버지 하백은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딸자식을 내쫒아버렸고,

쫓겨난 유화는 떠돌다가 동부여의 왕이었던 금와왕과 만나게 되었는데,

유화의 사연을 알게 된 금와가 유화를 거두었다고 한다..유화가 이뻣나 보다.

그리하여 유화는 금와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방안에 멀쩡히 있는 유화에게 느닷없이 햇빛이 따라 다니며 비추었고,

그 이후에 덜컥 임신을 하여, 괴상하게도 알을 낳았다 한다....쩝....해모수가 제우스 흉내를 냈었나 보다.

열 받은 금와왕이 알을 없애버리려 하였으나, 껍질이 단단하고, 짐승들이 보호하는 등

해괴한 일들이 반복되어 도로 유화에게 돌려주었다 하는데..

하....금와왕...이 양반도 어지간하다.. 사람이 좋은 건지, 이쁘면 다 용서가 되는 건지...

아무튼 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알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동명성왕이시다.

이런 복잡한 사연을 간직한 아기였으나, 다행히 무럭무럭 자라 활도 잘 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러나 배도 다르고 씨도 다른 형제들에게는 미운 오리새끼에 불과하였을 것이고, 구박과 멸시가 심했을 것이므로

대부분의 불우한 남자애들이 그러하듯이 추모도 이런저런 사고를 치며 청소년기를 보내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쁜 어머니를 둔 덕에 죽지 않고 무사히 성장하여 장가까지 갔으나, 사는 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고.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뭔가 결정적인 사고를 치게 된 추모는 어머니 유화는 물론 갓 임신한 마누라도 내팽개치고

오이 ,마리, 협보 등 패거리와 함께 동부여를 탈출하여 도망가게 되었다.

추모 패거리의 도망을 눈치챈 대소 왕자가 추격대를 파견하였으나,

엄리대수라는 강가에 이르러 추모가

“나는 천제의 손자이며, 강의 신의 외손자이다. 지금 쫓기고 있으니 도와 달라.” 라고 하니,

자라와 물고기가 물 위로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고.주몽이 무사히 강을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가 다시 돌아가 버려, 추격자들은 더 이상 쫓아가지 못했다 한다.

이 사건을 가리켜 어별성교(魚鼈成橋)라 하는데..

부여 동명왕 설화에도 나오고 웬만한 위인 설화에는 비슷한 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하는 흔한 구라이다.

어찌 어찌 졸본 땅에 도착한 추모는 돈많은 과부인 소서노와 결혼 하였고,

처갓집의 재력을 바탕으로 세력을 키워 졸본 부족장의 사망 후 권력을 잡았으며,

기원전 37년, 계루부의 본거지 졸본의 오녀산성을 근거로 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가업을 물려받은 사위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동명성왕도 의욕적으로 일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는 전쟁 또는 약탈이 두목급들의 본업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대대적인 영토 확장을 계획하였고, 

우선 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변방에 살고 있던 말갈족 부락을 평정하였다.

말갈...

우리 역사에 안 끼는 데가 없고 수시로 출몰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민족.

이걸 남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라고 해야 할까?

기원전 36년에는 비류수 상류에 있던 비류국을 정복하여 다물도로 삼았고,

기원전 34년에는 졸본성과 궁궐을 완성하여 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기원전 32년에는 오이와 부분노를 보내 태백산(백두산) 동남쪽에 있던 행인국을 정복하였으며,

기원전 28년에는 부위염을 보내 북옥저를 정복하였다.

기원전 24년 가을 음력 8월에 부여에 남아있던 어머니 유화부인이 죽자.

부여에 사신을 보내 장례를 성대하게 치루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토산물을 보냈다.

기원전 19년 여름 음력 4월에 아들 유리가 예씨 부인과 함께 도망쳐 오자 주몽은 그를 태자로 삼았으며,

그 후 5개월 뒤, 40살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유리의 동부여 탈출시기가 금와왕이 사망하고 대소가 왕위에 오르는 시기와 일치하는데,

이때부터 고구려와 동부여의 사이가 우호에서 적대로 바뀌게 되고,

소서노가 두 자식과 함께 고구려를 탈출하는 사태가 이어지는 등 국제 정세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우리의 추모 대왕은 마치 동화와 같은 아들과의 만남 후, 겨우 5개월만에 40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버리시고....

이해가 안가는 일들이 겹쳐서 일어난다.

유리왕... 아무래도 이 양반이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