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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끼는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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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끼는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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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아름다운 바지 하나를 쥐고 줄을 섰어

낯설디 낯선 옷들이 가득한 그곳

구겨진 옷을 개키듯

점원들이 나를 간단히 외면하는 곳

 

나는 뒷사람의 시선에 커튼을 치고

아름다운 바지를 입었지

놀라운 일이야! 울퉁불퉁한 다리가

단단한 천속에서 매끄러워 졌어

탄성을 속삭이며 지퍼를 올린 순간

허리가 다리의 살을 토해냈지

나는 더러운 속옷을 감추듯 상의를 내리고

멍해진 헌 바지의 눈을 감겼어

 

새 바지를 입었으니 새로운 일을 해 봐야지

친구야, 내 바지 어때?

나의 내장이 새파랗게 질려 가는데도 넌 부러워했어

네가 다른 피자조각을 집어들 때 난 콜라만 들이키면서

나의 다리에 박혀가는 붉은 봉제선을 생각했지

 

피팅룸 같은 자취방에 들어와 바지를 벗으면

헌 바지가 멍하니 하루치의 봉제선을 재고

나는 밤새 꿈속에서 맨다리로 울먹이다가

다음날 아침 조금 더 짙어진 봉제선을 바라봐

 

그러고 보니 너도 새 바지를 샀네!

그런데 이제 내 다리는

무릎이 나오고 허벅지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어

끔찍한 일이야, 이 다리로는

너와 피자를 먹으러 갈 수가 없잖아

아무래도 새 바지를 사야겠어

딱지를 떼듯 봉제선을 뜯어내고 말이야

 

 

[이 게시물은 마루밑다락방님에 의해 2014-12-12 22:54:37 김까꼼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마루밑다락방님에 의해 2015-08-02 11:05:32 역사와 문학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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