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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쫙-문학] 아이러니 : 카사노바의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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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노바는 세계문학 사상 특별한 사례로, 둘도 없는 행운아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소문난 거짓말쟁이가 창조적 정신들의 신전에 끼어든 것이 본디오 빌라도가 사도신경에 끼어든 것과 똑같이 얼토당토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문학적 자질은 그가 알파벳을 휘갈겨 쓴 ‘생갈 기사’라는 칭호만큼이나 어설픈 것이었다. 그의 시는 침대와 도박판을 바삐 오가다 만난 귀부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읊은 즉흥적인 것으로, 사향 냄새 풀풀 풍기며 학술적 운율을 흉내 낸 것이었다. (…) 그는 귀족 족보에도 올라 있지 않아 법적 권리와 지위가 없는 식객이었고, 문학계에서도 아웃사이더였다. 마침내 최후의 귀족 리뉴 왕자의 품에서 임종을 맞기까지 그는 보잘것없는 배우의 아들로, 파문당한 사제로, 퇴역 군인으로, 악명 높은 사기도박꾼으로 황제나 왕들과 교류하며 파란만장한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떠도는 그의 그림자 역시 대담하게도 불멸의 위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저 시대의 바람에 흩날리며 떠도는 한줌의 재와 같이 보잘것없는 예술성을 지녔을 뿐임에도! 하지만 사라진 것은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다. 이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 수많은 사람의 작품들이 도서관의 먼지더미에 파묻혀 문헌학자들의 생계수단으로 전락한 반면, 그의 이름은 오늘날 존경어린 미소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슈테판 츠바이크. 《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필맥. 2005. 2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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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아온님의 댓글

본디오 빌라도가 사도신경에 끼어든 것과 똑같이 얼토당토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기가 막힌 비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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