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작가의 독서법 1]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책은 바로 자신의 책이다. (1)
본문
1.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책은 바로 자신의 책이다
의대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던 23살의 아르헨티나 청년 체 게바라(1928-1967)는 7살이나 위였지만 뜻이 맞는 친구인 알베르토 그라나도(1922-2011)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혹은 도보로, 혹은 히치하이킹으로 장장 6,400킬로미터가 넘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했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시작해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를 반환점 삼아 다시 아르헨티나의 부모님 품으로 돌아온 반년 동안의 여행기라 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원고를 정리하며 체 게바라는 여행의 의의를 이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그 선언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아르헨티나 땅에 발을 디뎠던 그 순간, 이 글을 쓴 사람은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이 글을 다시 구성하며 다듬는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우리의 위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방랑하는 동안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이 변했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쓴 책의 첫 독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그 책과 가장 강렬하게 교감하는 독자. 그래서일까? 작가는 평생 동안 수없이 많은 책을 읽지만, 그 어떤 책도 자신이 쓴 책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자신의 책을 자양분 삼아, 남은 작가의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1952년 1월 4일, 나환자 치료를 전공하고 있는 의학도 체 게바라와 나환자 치료 경험이 풍부한 생화학자 알베르토, 이 두 청년은 역사적인 여행의 대장정에 올랐다. 그리고 2월 15일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그리고 발파라이소를 거쳐,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머물게 되는 추키카마타에서는 체 게바라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명의 유랑기사는 이타카마 사막을 도보로 지나 추키카마타 노천광산에 도착했다.
양키(미국의 추악한 자본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하수구도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지에서 가축처럼 살고 있는 칠레 노동자들이 최저생계비만을 받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구리광석을 캤고, 회사 측은 하루에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체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착취를 양키들이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이 놀라운 수익성을 양키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십자가로 뒤덮인 한 공동묘지 앞에서 체 게바라는 안내인에게 들었다. 만 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죽어 묻혔고, 그들의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고. 이 비참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체 게바라가 친구 알베르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베르토만이 그 안내인의 말을 들은 체 게바라의 눈에 번뜩이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에 대해 장 코르미에는 《체 게바라 평전》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미래의 전사들, 미래의 혁명가들로 단련될 사람들, 가장 많은 것을 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는 눈빛이었다. 더불어 그들의 피와 땀을 빨아 마시는 이들에 대한 증오도.”
체 게바라와 알베르트는 어느덧 페루 땅을 밟았다. 그리고 4월 2일, 책에서만 보았던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 도착한 23살의 열혈청년 체 게바라는 고미술사학자처럼 그 지역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는 분명 방랑 기사 같은 여행자였지만, 잉카 문명의 찬란한 흔적과 스페인 정복자들의 어리석음으로 파괴된 요새와 폐가가 된 사원들, 약탈된 왕궁들, 그리고 황폐화된 인디오의 슬픈 얼굴 속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라틴아메리카대륙의 비극적 역사를 제대로 보았다.
다음 날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는 마추픽추에 오를 참이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에 가려면 산악 열차를 타야만 했다. 지그재그로 산길을 오르는 열차는 수많은 마을들을 지나며 고도를 높여갔고, 마침내 ‘마추픽추’라고 쓰인 팻말 앞에 멈춰 섰다. 1952년 4월 3일, 체 게바라가는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왔던 마추픽추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는 마추픽추를 둘러보며 라틴아메리카의 순수한 토착문명이 이집트나 그리스 문명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한 문명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다른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언젠가 당당하게 라틴아메리카의 정신으로 부활할 마추픽추의 미래를 내다보았다.
체 게바라는 메스티조를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얻는다. 메스티조는 라틴아메리카 인구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강간․축첩 등으로 정복자인 스페인․포르투칼 남성들과 피정복자인 인디오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메스티조는 분명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적 역사의 상징이다. 하지만 체 게바라는 그러한 비극 때문에 영원히 패배하고 마는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를 내다보기는 싫었다. 분명 메스티조의 핏속에는 위대한 문명인이었던 인디오의 피와 정신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또한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나라들이 갖고 있는 민족적 유사성을 언제까지나 비극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양키들과 맞설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 연방’을 건설함으로써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다음 행선지인 리마에서 나병학 전문가인 페스체 박사를 만났고, 그가 운영하는 나환자병원에 거처를 마련하고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 병원에는 아직은 병세가 심각하지 않은 나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들의 병세가 위중해지면 아마존의 산 파블로 나환자촌으로 보내진다고 했다. 페스체 박사의 보살핌 덕분에 리마에서 3주 동안 시간을 보낸 둘은 6월 14일, 산 파블로 나환자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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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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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변태님의 댓글
아온님의 댓글
... 인간은 항상 현재를 살아가고 해석은 변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