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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짊어지고 가는 용기 (1) : <러브 어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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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이 변덕스러운 심술꾸러기가 있어, 우리들은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운명의 연출에 의해 감동적인 사랑의 무대 위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러브 어페어>를 보고 있노라면, 운명에 이끌려 만나고 헤어지고, 웃고 우는 우리들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인기 절정의 토크쇼 진행자 린 위버는, 아메리칸 풋볼 쿼터백 스타였던 소문난 플레이보이, 마이크 갬브릴(워렌 베티 분)과의 결혼을 발표한다. 마이크는 현재 NBC 스포츠 방송의 진행을 맡고 있다.

LA를 떠나 뉴욕을 경유해 시드니로 갈 비행기 안 우등객석. 우연히 만난 어여쁜 테리 맥케이(어네트 베닝 분)를 보고 마이크는 곧바로 작업(?)을 개시한다. 이때 비행기가 엔진 고장으로 쿡 아일랜드의 산호섬에 비상착륙하게 되는데, 이 섬에는 비행기는 없고 피지, 타히티, 하와이행 여객선이 운항 중이다. 타히티행 벨로러시아호에 같이 승선하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될 것이다.

 

벨로러시아호의 첫 정박지에서 가까운 섬에는 마이크의 숙모님(캐서린 햅번 분)이 살고 있다. 작업자 마이크는 재주 좋게 테리의 마음을 움직여 둘은 함께 숙모님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둘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숙모님 외에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운명이라는 작업자다.

86세의 숙모님은 한눈에 린이 아닌 테리가 마이크의 짝임을 알아본다. 테리는 숙모님의 놀라운 지혜와 마이크에 대한 극진한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숙모님의 대사들은 놀라울 정도다.

인생의 비결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소유한 것을 계속 원하는 데 있어요. 사람들이 두 사람을 좋아하니까, 마이크나 아가씨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은 쉽겠지. (하지만 소유한 것을 계속 원하긴 힘들 거야…….)”

거실 벽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이 테리의 눈에 꽂히자, 숙모님은 테리에게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묻는다. 매우 아름답다고 테리가 대답하자, 숙모님은 마이크가 그린 것이라고 일러준다. 다소 놀란 테리는 마이크가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지를 묻지만, 숙모님은 고개를 젓는다.

풋볼 선수일 때 그렸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할걸. 너무 바빠서, 그가 속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쫓아다니느라고 말이야. 자신이 백조인 줄도 모르고 오리처럼 이 여자 저 여자를 찾아다니느라고 말이야.”

잊고 지냈던 숙모님,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는 숙모님. 마이크는 작업의 본능을 잠시 잃어버린다. 그리고 테리와 숙모님, 이 두 여인들은 알 수 없는 교감에 사로잡힌다. 숙모님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테리가 허밍을 한다. 실내 장식가인 그녀가 이 허밍으로 가장 완벽한 장식을 완성함으로써, 숙모님의 집, 그리고 세 명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운명은 마이크를 변화시킨다. 그에게서 작업의 본능을 완전히 빼앗아 버린다. 그리고 테리를 그 본능의 빈자리에 영원한 사랑의 여신으로 들어앉힌다.

5시다. 이제 가야 한다. 마이크와 테리는 숙모님과 헤어진다. 숙모님은 몇 달 후 이 세상을 떠나실 분이다. 그녀 인생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그녀에게 남은 고귀한 힘과 지혜와 사랑이 테리와 마이크에게 축복을 내린다.

 

배로 돌아온 마이크와 테리는 시드니로 가기 위해 타히티행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하지만 둘은 시드니를 포기한다. 둘은 경비행기를 타지 않고 타히티까지 이틀의 시간을 배에서 함께 보낸다. 운명의 작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이크는 백만장자 린이 아니라 테리와 결혼하고 싶다. 그리고 그 결심은 단호하다.

내가 평생 그 누구에게도 성실하지 못했던 거 알죠?”

으흠!”

아버님이 살아 계세요?”

아니요. 왜요?”

나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해서.”

배에서 겨우 3일 보내고 심각하다니 그 친구 미쳤구나 하시겠죠.”

맞아, 사실 그런 건 문제가 있죠.”

그런가요?”

분명 그 친구는 미친 거겠죠. 그런데 그 미친 친구가 아이를 좋아하는 거 아세요?”

마이크의 급작스러운 청혼에 테리는 놀라지만, 운명의 포로 테리는 마이크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기다려 줘. 나를 제 자리에서 제 인생을 살게 해 줘. 새 직장을 얻어야 할지 몰라. 3개월. 기다릴 가치가 있다면 약속 장소에 나오겠소?” 테리는 두려움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모험의 길을 택한다.

만남은 본질상 운명적이며, 그 운명은 필연을 가장하거나, 필연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일들이 그렇듯 필연으로서의 운명은 시련을 동반한다. 마이크와 테리, 이 두 사람의 모험자는 기꺼이 그 시련을 함께 견뎌낼 것이다.

 

마이크와 테리는 약속 장소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를 선택한다. 58일 오후 52. 운명이 3개월 후 그날 전망대에서도 함께 하기를!

 

3개월이 흘렀다. 길고도 짧은 세월이다. 마이크는 이름 없는 대학의 풋볼 팀 코치로 다시 그라운드에 선다. 사치도 바람기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다시 그림을 그린다. 테리도 마이크를 그리워하며, 그 세월을 보낸다. 마침내 시간이 왔다. 그들이 새 인생을 살아갈 새 만남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기다리고 있다. 운명이 진짜 작업을 완료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테리는 택시에서 내려 성급히 빌딩 쪽으로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하반신이 마비된 채 수술대에 오른다. 마이크는 테리에게 주려고 그린 그림을 들고 전망대에서 밤늦도록 기다린다. 오지 않을 테리를. 결정적인 순간에 운명은 자신의 작업에 싫증이 난 것이다. 운명이란 변덕의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http://www.youtube.com/watch?v=Rq9tnNshg14&feature=player_detailpage

 

[http://youtu.be/Rq9tnNshg14]


어쨌든 마이크와 테리는 숙모님의 말씀대로 원하는 것을 쉽게 소유하지 못한다. 어렵게 소유한 것을 소중하게, 그리고 영원토록 원하기 위해.

 

(다음글에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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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야하~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에세이에 일부분 인용된 대사를 읽어보니 감성을 자극시키는듯한 말이네요 ^^;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은 대괄호로 바꿔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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